지장간은 지지 안에 숨어 있는 천간을 말합니다. 열두 지지는 겉으로는 하나의 오행을 띠지만, 그 안에는 두세 개의 천간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여기, 중기, 정기라고 부르고, 이 가운데 정기가 그 지지의 대표 오행이 됩니다. 같은 여덟 글자라도 지장간까지 열어 보면 오행의 많고 적음, 일간의 뿌리, 격국의 이름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저희 무료 사주 풀이를 받은 분들 4,336명(2026년 6월 30일~10월 10일, 같은 생년월일·시·성별은 1명으로 집계)의 십신 구조를 셀 때, 일간을 뺀 원국 글자를 천간과 지지 본기만으로 세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세니 인성이 하나도 없는 분이 23.6%, 관성이 하나도 없는 분이 22.9%였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지장간의 여기와 중기를 넣지 않은 값이라, 지지 속 숨은 글자까지 넣으면 '없다'로 나온 분 가운데 상당수가 '숨어 있다'로 바뀝니다.
지지 하나는 계절의 한 토막입니다
지장간이 생긴 이유는 지지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아서, 새 달이 시작돼도 처음 며칠은 지난달의 기운이 남아 있고, 달 가운데쯤 다음 흐름을 준비하는 기운이 섞였다가, 마지막에 그 달 본래의 기운이 자리를 잡습니다.
인월을 예로 들면, 입춘 직후에는 겨울 끝의 흙 기운인 무토가 남아 있고, 이어서 봄 다음에 올 불의 씨앗인 병화가 자라며, 마지막에 이른 봄 나무인 갑목이 달을 채웁니다. 지지 인 안에 무, 병, 갑 세 글자가 들어 있는 것은 이 흐름을 글자로 적어 둔 것입니다.
열두 지지의 지장간

표를 보면 지지마다 들어 있는 글자 수가 다릅니다. 자, 묘, 유는 여기와 정기 두 글자로 보고, 나머지는 세 글자로 봅니다. 오는 왕지이지만 병화, 기토, 정화 세 글자를 넣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의 여기는 저희 풀이에서 기토로 보지만 무토로 보는 학파도 있습니다.
지지의 성격에 따라 지장간의 구성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인, 신, 사, 해처럼 계절이 시작되는 생지에는 다음 오행이 태어나는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인 속의 병화, 사 속의 경금, 신 속의 임수, 해 속의 갑목이 그렇습니다. 진, 술, 축, 미처럼 계절이 끝나는 고지에는 지나간 오행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진 속의 계수, 미 속의 을목, 술 속의 정화, 축 속의 신금이 각각 물, 나무, 불, 쇠의 창고 역할을 합니다.
정기, 중기, 여기는 무게가 다릅니다
세 글자가 같은 힘을 갖지는 않습니다. 정기는 그 지지의 본래 기운이라 가장 무겁게 보고, 지지의 오행을 말할 때도 정기를 기준으로 합니다. 중기는 생지에서는 다음 계절의 씨앗, 고지에서는 지난 계절의 저장분이라는 뜻을 담고, 여기는 지난달에서 넘어온 남은 기운이라 가장 가볍게 봅니다.
그래서 지장간까지 넣어 오행을 셀 때는 글자마다 같은 1을 주지 않고 비중을 다르게 줍니다. 비중을 얼마로 주느냐, 한 달 가운데 각 글자가 며칠씩 맡느냐는 문헌마다 차이가 있어, 같은 명식이라도 풀이하는 곳에 따라 오행 비율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투출과 통근: 숨은 글자가 힘을 쓰는 방식
지장간의 글자가 천간에도 떠 있으면 이를 투출이라고 합니다. 지지 속에 숨어 있던 기운이 겉으로 드러났다는 뜻이라, 그 기운은 원국에서 힘을 분명히 씁니다. 격국을 정할 때 월지 지장간 가운데 투출한 글자를 중요하게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간이 병화이고 월지가 인목인데 월간에 갑목이 떠 있다면 정기가 드러난 것이라 편인의 성격이 짙어지고, 무토가 떠 있다면 여기가 드러난 것이라 식신의 성격이 함께 살아납니다.
반대로 천간의 글자가 지지 속에 같은 오행을 두고 있으면 통근, 곧 뿌리를 내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천간에 경금이 있고 지지에 사화가 있으면, 겉으로는 불 위에 쇠가 앉은 모양이지만 사 속에 경금이 들어 있어 그 쇠는 뿌리를 가진 것으로 봅니다. 신강과 신약을 가를 때 일간의 뿌리를 지장간까지 열어 보는 이유입니다. 뿌리가 정기에 있으면 단단하고, 여기에만 있으면 약한 뿌리로 보아 무게를 덜 줍니다. 같은 통근이라도 어느 자리에 뿌리를 내렸는지가 강약 판단을 가릅니다.
지장간까지 보면 판단이 달라지는 곳

가장 흔한 차이는 오행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예를 들어 겉으로 드러난 여덟 글자에 물이 하나도 없어도 지지에 진, 신, 축이 있다면 그 안에 계수나 임수가 들어 있습니다. 이 경우 물이 아예 없는 사주와 물이 숨어 있는 사주는 다르게 읽습니다. 숨은 물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운에서 같은 오행이 천간으로 들어오면 그때 힘을 쓰기 시작한다고 봅니다.
고지에 숨은 글자는 특히 조심스럽게 읽습니다. 진, 술, 축, 미 속에 저장된 오행은 창고 안에 잠긴 것으로 보아, 평소에는 힘을 잘 쓰지 못하다가 형이나 충을 만나 창고가 열릴 때 드러난다고 해석하는 풀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원국에 술이 있고 운에서 진이 들어와 진술충이 일어나면, 술 속의 정화와 진 속의 계수가 한꺼번에 흔들리며 겉으로 나온다고 봅니다. 같은 충이라도 고지끼리의 충을 단순한 부딪힘보다 숨은 것이 드러나는 계기로 읽는 이유입니다.
이 글에서 십신 구조를 본기만으로 센 것도 이런 차이 때문입니다. 숨은 글자를 모두 같은 무게로 넣으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거의 모든 십신이 있는 것처럼 나와, 구조의 차이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구조를 먼저 보고, 지장간은 뿌리와 숨은 기운을 판단하는 두 번째 단계로 쓰는 편이 읽기에 정확합니다.
또 하나는 지장간끼리의 합입니다. 겉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지지라도, 속에 든 천간끼리 합을 이루면 보이지 않는 끌림이 있다고 해석합니다. 이를 암합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학파마다 다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만세력에 지장간이 따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덟 글자만으로는 지지 속 기운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장간을 함께 보면 일간의 뿌리, 숨은 오행, 격국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어 풀이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Q. 지장간도 오행 개수에 그대로 더하나요?
그대로 더하지는 않습니다. 정기는 무겁게, 중기와 여기는 가볍게 비중을 나눠 더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장간을 똑같이 1씩 세면 지지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집니다.
Q. 태어난 시간을 모르면 지장간은 어떻게 되나요?
시지의 지장간 두세 글자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연지, 월지, 일지의 지장간은 그대로 볼 수 있으니, 숨은 오행 판단에서 시지 부분만 비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지장간 가운데 어느 글자가 지금 힘을 쓰는지 알 수 있나요?
태어난 날이 그 달의 앞쪽인지 뒤쪽인지에 따라 여기, 중기, 정기 가운데 어느 글자가 그 시기를 맡았는지 따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글자마다 맡는 날 수는 학파에 따라 달라 참고로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원국의 지지마다 어떤 천간이 숨어 있는지, 겉으로 없는 오행이 지장간에는 있는지는 무료 사주 풀이로 명식을 뽑은 뒤 위 표와 지지를 하나씩 맞춰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